부재의 상실
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분명 실제의 공간이지만, 이 사진 속에서 대상은 본래의 모습을 잃는다. 나무는 나무로 존재하지 않고, 그림자는 또 다른 나무가 되어 들판 위에 드리운다. 실재와 흔적, 존재와 부재의 경계는 희미하게 흐려진다.
나는 이 장면에서 사라진 것들에 주목했다. 사진은 대상을 기록하는 매체이지만, 때로는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기도 한다. 화면 속 검은 형상들은 나무의 실체가 아니라 빛이 남긴 흔적이며, 존재의 증거이자 동시에 부재의 기록이다. 실제 나무보다 더 선명하게 드러난 그림자는 존재의 무게보다 기억의 무게가 더 깊게 남는 순간을 상징한다.
거친 입자와 흐릿한 경계는 기억이 시간을 지나며 변형되는 과정을 닮아 있다. 우리는 어떤 대상을 잃어버린 후에도 그것을 완전히 잃지 못한다. 실체는 사라지지만 흔적은 남고, 흔적은 또 다른 형태의 존재가 된다. 이 사진은 그러한 역설적인 순간, 부재가 오히려 존재를 증명하는 풍경에 대한 기록이다.
결국 나는 이 작업을 통해 묻고자 한다.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과연 대상 그 자체인가, 아니면 대상이 남긴 그림자인가. 이 사진은 존재가 사라진 자리에 남겨진 흔적들을 통해 기억과 시간, 그리고 상실의 의미를 탐색한다.
NIKON D850
2026.06.11